"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많아 재판기록이 탄원서로 메워지고 있다. (탄원서가)어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1심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직위상실형을 받아 항소심이 진행 중인 임각수(68) 괴산군수의 구명을 위한 탄원서를 놓고 재판부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4

월29일 오후 2시 청주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구창모) 심리로 열린 임각수군수의 항소심 첫 공판.검찰과 변호인의 항소이유 설명이 끝난 뒤 재판부는 "재판기록이 탄원서로 메워지고 있다"고 운을 뗀 뒤 "탄원서가 당사자를 경유하지 않고 법원으로 직접 제출돼 이를 거부할 수 없어 기록은 하지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증을 개시하는 차원에서 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워낙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재판부는 "법원은 현명하게도 검찰과 피고인이 모르는 부분까지 알고 있다.

옳은 부분과 옳지 않은 부분을 파악해 판결하겠다"고 강조했다.진실성이 떨어지는 탄원서는 재판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고, 법의 잣대로 옳고 그름을 파악해 판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본인의 방어 차원이 아닌 마치 특정인의 지시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집단 탄원서는 역으로 재판부의 판단을 흐리는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구체적인 숫자는 파악되지 않지만, 수천 명 정도로 알려진 연명 형식의 이 탄원서는 피고인 신분인 임각수 군수와 변호인, 검찰 등을 경유하지 않고 직접 법원에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임각수 군수는) 경우에 따라 신분을 잃을 수 있지만, 따지면 오이밭에서 신발 끈을 매는 순간에 (이미)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말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