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군의 졸속 행정이 마을 경로당 조성을 놓고 주민들 간의 갈등만 키웠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경로당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이장이 주민(동 대표)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단독으로 건물을 매입 리모델링을 한 것에서 비롯됐다.

A아파트 주민 일부(동대표)는 "이장이 주민대표들의 동의 없이 건물(13평)을 매입하고 마음대로 업자를 선정 리모델링을 한 것은 잘못된 행위로 몇 차례 군청 및 읍사무소를 방문 했지만 군은 오히려 이장편만 들었다"고 분개하고 있다.

또한 "군의 졸속행정이 당초 경로당 설치 목적과는 달리 남성들만 사용하게 돼 할머니들은 계속해서 비좁고 어두운 경로당을 쓸 수밖에 없게 됐다"고 불평을 하고 있다.

경로당 설치 과정도 석연치 않다. 군은 당초 A아파트의 경로당이 협소해 할머니할아버지들이 공동으로 사용하기가 불편하다는 주민들의 요구에 새로운 경로당을 설치하려고 했지만 장소가 여의치 않자 보류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12일 보조금 신청이 군에 접수되고 당일 이장통장으로 6천500만원이 송금됐다. 이어 3일 만인 15일에 건물매입과 리모델링 업자와 계약이 이뤄졌다.

하지만 주민대표들은 22일 이장과 동대표들의 회식 자리에서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며, 동대표와 사전 협의도 없이 구입했고 장소 또한 비좁아 설치 반대를 했지만 결국은 남녀 공용이 아닌 남성 전용 공간으로 돼 버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의 부실 행정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군이 경로당 설치에 사용된 예산 6천500만원 중 2천500만원은 충북도시책추진금으로 사용처가 A아파트 리모델링이라고 돼 있다.

즉 리모델링 비용으로만 사용해야 함에도 1천만원을 리모델링 비용에서 전용해 건물구입 자금으로 사용했다. 군 예산 담당자에 의하면 "용도의 사용처가 변경이 될 때는 충북도에 시책추진보전금 변경승인요청을 통해 승인을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해당 이장은 경로당 설치에 있어 "지난 12월8일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적법하게 일을 추진했으며, 그날 군에서 해당 건물을 남자 전용으로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중재를 했고 주민들도 동의를 해 경로당을 설치 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군청 전임 담당자는 "지난해까지 경로당 설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예산을 반납해야 하기 때문에 급박하게 일을 추진을 했지만 행정적으로 적법하게 추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