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시대라 자치단체마다 인터넷홈페이지를 운영한다.

홈페이지가 곧 지자체의 얼굴이라, 홈페이지 운영에 적잖은 공을 들인다.

지자체의 모든 정보가 백화점 상품처럼 진열되어 있고, 채용 입찰 인허가 등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되므로, 해당지자체 주민뿐만 아니라 타 지역 누리꾼들도 수시로 들락거리기 때문이다.

관련정보가 필요해 접속했는데 정작 필요한 자료는 찾기 힘들고, 철지난 묵은 자료만 있으면 누리꾼들은 짜증날 뿐 아니라 지자체에 대해 나쁜 선입감을 갖게 된다.

아무리 곱게 단장한 홈페이지일지라도 정보적 가치가 떨어지거나, 주민들에게 외면 받으면 죽은 홈페이지나 다름없다.

그러므로 주민들이 쉽게 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편재된 홈페이지가, 따끈따끈한 최신정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는 홈페이지가 좋은 홈페이지이다.

따라서 홈페이지의 생명은 신뢰성, 개방성, 참여성, 효용성, 최신성에 있다.필자도 필요한 통계자료나 최신정보를 얻기 위해 가끔씩 도나 시 군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도, 시 군의 홈페이지가 거의 비슷하게 편재되어 운영되고 있음에도, 그 중에서 증평군 홈페이지가 눈길을 끌었다.

홈페이지의 자치단체장 코너를 보면 대부분 단체장의 인사말과 프로필, 공약사항과 단체장과의 대화 순으로 꾸며져 있는데, 증평군은 군수의 월요편지라는 이색코너를 운영했기 때문이다.

접속해보니 홍성열 군수가 군정을 수행하면서 느낀 단상을 직접 글을 써서 매주 월요일마다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었고, 지역민이 아닌데도 보는 재미가 쏠쏠해 자주 방문하게 되었다.사실 자치단체장이 매주 한 편씩 글을 써서 홈피에 올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결재하고, 회의주재하고,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밤늦게 까지 이런저런 모임에 다니다보면 날마다 파김치가 되어서 귀가하기 때문에 웬만한 결심과 노력이 아니면 글 쓸 엄두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글이란 잘 쓰면 본전이지만, 잘못 쓰면 부메랑이 되어 자신을 옥죄니 그럴 수밖에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성열 군수는 매주 한 편씩 글을 써서 ‘월요편지’라는 이름으로 산하직원은 물론 군민들과 소통하고 공유하고 있었다.

그가 글을 근무시간 중에 틈틈이 쓰는지, 새벽에 일어나 쓰는지, 잠들기 전 한밤에 쓰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초선 때부터 시작한 월요편지를 재선이 되어서도 계속 이어가고 있는 걸 보면 나름 철학이 있어 보인다.

아무튼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와, 류성룡의 징비록과, 정약용의 목민심서가 떠오른다.때론 군정에 대한 아쉬움과 직원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때론 증평의 자연환경과 문화를, 때론 군수가 아닌 평범한 인간으로 접하고 느끼는 일상사를 미사여구 없이 간결한 필치로 담아내고 있어서다.

증평사랑의 진정성과 그의 인간됨이 녹아 있기에 잔잔한 감동을 준다. 자치단체장이 처절한 전쟁 중에도 일기를 쓴 이순신 장군처럼 재임기간동안 매주 자신이 한 일과 소회를 글로 남긴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반성과 성찰이 담긴 단체장의 기록은 분명 후대에 교훈이 됨은 물론 사료적 가치 또한 높을 것이다.

‘얄미운 구제역, 부군수를 떠나보내며, 사랑의 김치, 제2산업단지 첫 삽을 뜨다’ 등 그가 쓴 글을 보노라면 이 시대 선출직 목민관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따뜻해진다.

증평군은 비록 작은 군이지만 한반도의 중심이며 바다 없는 내륙도인 충북처럼, 충북의 중심이며 타도와 경계하지 않은 유일한 내륙군이다. 그러므로 증평군을 보면 충북이 보이고, 충북을 보면 증평군이 보인다.

아무쪼록 홍성열 증평군수는 초심을 잃지 말고 월요편지를 계속 이어가기 바란다. 힘들더라도 더욱 순수하게, 더욱 진솔하게, 더욱 증평인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