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가 증평 출신 애국지사 연병환(延秉煥·1878~1926) 선생이 일제의 체포를 막기 위한 조처를 시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충북대 사학과 박걸순 교수는 최근 호서사학회가 펴낸 ‘역사와 담론’ 73집에 실은 논문 ‘연병환의 생애와 민족운동’을 통해 일본 언론인 ‘대판매일신문(大阪每日新聞)’이 1919년 6월20일 자에 보도한 기사에서 이를 확인했다.

이 신문은 “유명한 배일 조선인 연병환이 몰래 폭동에 가담한 혐의가 있어 일본 경찰이 중국 경찰의 입회 아래 그의 가택 수색을 했더니 증거 물건과 함께 놀랄 만큼 커다란 아편 덩어리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연병환 선생은 가택 수색을 당한 뒤 2·3일 내에 톈진(天津)으로 전근 명령을 받고 송별연에 참석하려다가 일본 경찰에 붙잡혔다.

박 교수는 “중국 당국이 톈진으로 전근 명령을 한 건 연병환을 보호하려는 조처로 이해된다”며 “일제가 연병환 체포 사유로 아편 소유와 음용으로 내세운 건 독립운동에 대한 확실한 물증을 찾지 못하자 체포 구실로 아편을 이용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연병환 선생은 1919년 3월 13일 북간도 룽징(龍井)에서 전개된 한인의 대규모 만세시위를 후원했다가 6월 18일 일제에 붙잡혀 2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연병환 선생이 출옥 후 근무지를 상해세관으로 옮긴 것은 일제가 북간도 한인 독립운동으로부터 선생을 격리한 조처로 박 교수는 파악했다.

박 교수는 “당시 일제가 연병환 선생을 ‘배일선인(排日鮮人)’으로 지칭한 것은 북간도 한인사회 독립운동사에서 연병환이 차지하는 비중을 잘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연병환 선생이 중국으로 이주한 뒤 국내에 남은 가족의 생계를 염려하지 않고 독립운동을 지원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광무양안(光武量案)’의 토지 소유 관계 분석을 통해 선생이 중농(中農)이었고 룽징 해관(海關)에 근무하면서 넉넉한 봉급을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연병환 선생은 2008년 정부로부터 대통령표창을 추서받았다.

중국 상하이 쑹칭링(宋慶齡) 능원에 있던 선생의 유해는 지난해 11월 서거한 지 88년 만에 국내에 봉환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선생은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받은 아우 연병호(1894~1963) 선생의 독립운동은 물론 그 아래 병주·병오 선생의 독립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뿐이 아니다. 딸 연미당(1908~1981)과 사위 엄항섭(1898~1962), 외손녀 엄기선(1929~2002) 선생으로 이어지는 독립운동가 일가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