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양조장 가운데 유일하게 근대문화유산(근대유산등록문화재 58호)으로 지정된 진천군 덕산면 옛 덕산양조장 건물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어 관계기관의 대책마련과 적극적인 관심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건설업을 하다 가업 계승을 위해 낙향한 이승행(45)씨는 “충북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으로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건물이 대거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이 양조장은 1929년 설립해 3대째 가업을 이어오다 2013년 세무조사 여파와 가족간 불화로 결국 지난해 공장을 폐쇄했다.

이후 법원 경매로 일부 설비가 낙찰자에게 넘어갔고, 이를 반출하는 과정에 건물 일부가 훼손된 것이다.이승행 씨는 “(설비를 빼가면서) 목재로 된 문틀을 잘라냈는데, 이 목재는 백두산에서 자란 전나무로 1929년 압록강제재소에서 켜 진천으로 옮겨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천군의 한 관계자는 “양조장 내부에 있는 막걸리, 약주 등 제조설비를 빼내는 과정에서 문틀 일부가 뜯어졌다”며 “원상복구가 가능한 부분이어서 조속한 시일내 복구토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충북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양조장 건물 세왕주조는 1929년에 설립해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탁·약주 전문회사로 전국 양조장 건물 가운데 유일하게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문화재이기도 하다.

건축 방법도 남달랐다. 서쪽을 바라보고 있는 양조장은 측백나무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데 백두산 전나무와 삼나무를 압록강 제재소를 통해 수로로 옮겨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수수깡을 엮은 후 흙을 바르고 나무판과 사이에 두꺼운 왕겨를 채워 넣은 것이나, 대나무와 칡넝쿨로 뼈대를 만들어 짚과 황토로 속을 채운 벽돌을 사용한 점은 양조장 건물이 환기와 단열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과학적으로 지어졌음을 짐작케 한다.

발효실과 주모실의 옹벽 두께는 90㎝로 사실상 건물 전체를 왕겨가 감싸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며,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목재에 검은 도료를 입힌 것에서도 옛 건축가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건축방법으로 인해 양조장은 여름과 겨울에도 발효실 온도를 27℃로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특히 건물 안쪽에 거뭇거뭇한 호묘균들은 공장 전체를 막걸리 공장으로 만들어 이곳 특유의 풍미 좋은 막걸리를 선물했다.

만화가 허영만의 <식객>에서 '할아버지의 금고편' 배경으로 등장해 더욱 유명해진 이곳에선 누룩향이 그대로 살아 있는 막걸리와 약주를 빚었다.

'소량 다품종 생산'으로 빚은 이름난 명주만 수십 가지에 달하지만 오래된 양조장이라서 가능했던 '누룩 향 가득한' 막걸리 맛은 이제는 보기 어렵다 그러나 현장 건물은 남아 있다.

한 문화재 전문가는 "세왕주조는 건물 자체뿐 아니라 그 안에 술을 빚었던 오래된 술독까지 모두 충북에만 있는 소중한 문화자원"이라며 "양조장에서 더 이상 술을 빚지 못하더라도 충북에 유일한 근대문화유산을 진천군관게자는 물론 지역 주민들도 함께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진천군 덕산면에 위치한 세왕주조(옛 덕산양조장) 건물은 지난 2003년 6월 30일 근대유산등록문화재 58호로 지정됐다.

국내 양조장 건물 가운데서는 유일한 근대문화유산이며, 양조장 발효실에는 '1935년 용몽제(龍夢製)'라는 음각 글씨가 새겨진 오래된 항아리가 있어 술을 빚는 술독으로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