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해주신 분께 감사의 박수를 보내자고 얘기하고 자리로 왔는데 갑자기 소음이…."

2월20일 귀국한 이집트 폭탄테러 피해자 중 한명인 충북 진천중앙장로교회 신도 김영철(60)씨는 당시 상황을 전하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도착한 2차 귀국자는 김동환·김영철·김진선·우정숙·문희정·이광옥·안삼예·추순식·오승옥·이순남·이윤옥·정강남·최정례·김혜경·주미경씨 등 15명이다.

이 가운데 김동환 담임목사 등 4명은 오후 2시께 서울대병원에, 나머지 11명은 현대아산병원으로 차례로 이송됐다.

아산병원에 입원하는 부상자 10명은 이광표·정강남씨 부부를 비롯해 문희정·이광옥·최정예·추순식·이순남·이윤옥·오승옥씨와 김동환 담임목사 부인인 주미경씨다.

서울대병원에는 김 목사와 장모 안삼예씨, 김영철·김진선씨 부부와 우정숙씨 5명이다.
 

병원에 도착한 이들은 하나같이 '살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숨진 희생자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해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김동환 목사는 다소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두 눈을 감고 손을 모은 채로 들것으로 병실로 옮겨졌다. 폭탄 테러의 피해로 발가락을 절단한 그는 두 발에 깁스와 붕대를 한 모습이었다.

김 목사는 엘리베이터에 오르면서 최규섭 부목사의 손을 꼭 잡기도 했다.

기다리고 있던 신도들은 김 목사의 모습이 보이자 상기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한 채 병실로 따라갔다.

우정숙 씨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괜찮으냐', '몸 상태는 어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는 기다리고 있던 동생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지만 동생은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렸다.

아산병원에서는 이날 오전 진천에서 상경한 교인과 가족 등 40여명이 발을 동동 구르며 귀국자들을 애타게 기다렸다.

기자가 다가가 인터뷰를 시도하자 "제발 묻지 말아달라.
아직 가족들의 상태를 직접 보지 못해서 마음에 진정이 안됐다"며 자리를 피했다.

신원을 밝히길 거부한 한 피해자 가족은 "조금 전에 공항에 잘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통화를 하려고 했는데 테러 당시 폭탄 소리 여파로 아직도 귀가 멍멍하고 잘 안들린다고 하더라"고 울먹였다.

들것에 실려 응급실에 들어가던 한 남성 신도는 '심경이 어떠냐'는 질문에 "돌아와서 너무 좋다. 몸은 괜찮다"라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휠체어를 탄 채 귀국자 대표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한 김영철씨는 "현지 병원 시설이 너무 열악했고 의사와 간호사들도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정도로만 치료를 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테러 사고로 엄지 발가락과 발등에 폭탄 파편이 박혔다.

사전에 여행 지역의 정보를 듣지 못했느냐는 질문엔 "여행사와 충분히 협의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그 나라의 내부 사정이 좀 안좋다는 정도였지, 테러에 대한 위험은 가이드도 전혀 신경 못썼던 것 같다"고 말했다.

희생자 2명을 언급하자 "가장 저희들이 마음 아파하는 부분"이라며 "우리와 함께 안 계시다는 것에 대해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이어 "이번 사고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2차 귀국자들은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뒤 향후 치료 일정을 결정할 예정이다. 정밀검사 결과에 따라 부상 정도가 경미한 교인들은 고향으로 내려갈 예정이다.

아산병원에 도착한 부상자 11명 가운데 당장 수술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 중환자는 2명이다.

김정재 아산병원 중증외상팀장은 "골절 부위가 공기 중에 노출된 '개방성 골절' 환자 가운데 현지에서 초동 조치 후 상처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환자가 있어 감염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피해자 상당수가 폭발 여파로 난청과 흉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환자 모두 의식에는 이상이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피해자 가족들은 현장에서 몸을 던져 큰 피해를 막은 현지 가이드 제진수씨에 대해 애도와 감사를 표했다.

김동환 목사의 처남 주재곤(56)씨는 "그분(제진수)의 희생이 없었다면 얼마나 많은 분이 크게 다쳤겠는가"라며 "제진수 씨가 대단한 일을 하신 거다. 그분은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훌륭한 일을 하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