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제한지역인 이집트 시나이반도에서 한국인 성지순례단이 폭탄테러를 당해 3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친 가운데 2월17일 해당 성지순례 관광상품을 판매한 여행사 측은 아무런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사고발생 이틀째인 이날 오전 8시30분쯤 서울 종로구에 있는 두루투어 여행사 사무실에서 여행사 대표 김모씨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유리문을 열고 혼자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김 대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을 빠져나가려다 취재진에 둘러싸여 질문공세를 받았다.

사고에 대해 '한 마디만 해달라'며 취재진이 붙잡자 김 대표는 "왜 이렇게 힘들게 하느냐"며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김 대표는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냐"는 질문에도 입을 열지 않고 곧장 사무실로 돌아가 모습을 감췄다.

이날 낮 12시5분쯤 김 대표는 남자직원 2명의 보호를 받으며 예고없이 사무실을 나와 '탈출'을 시도했다.

취재진 20여명이 김 대표를 둘러쌌지만 두 직원이 길을 터 복도 비상계단으로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취재진들이 밀려 넘어지는 등 소동을 빚었다.

김 대표는 비상계단을 이용해 사무실이 있는 건물 10층에서 지하 1층 주차장까지 다급히 뛰어내려가 미리 준비해둔 은색 혼다 어코드 차량에 몸을 실었다.

김 대표는 "외교부와 향후 대책을 협의 중인지만 답해달라"는 기자의 요구에 말없이 고개만 연신 끄덕이고는 차문을 닫고 주차장 통로로 통해 빠져나갔다.

여행사 사무실을 빠져나간 뒤 행방이 묘연하던 김 대표는 이날 오후 피해자 성지순례단이 속한 충북 진천중앙교회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실에 있던 한 남자직원은 이날 오후 4시쯤 "김 대표가 어디로 갔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회사를 빠져나간 뒤 충북 진전중앙교회로 갔다"고 밝혔다.

이 직원은 이에 대해 사무실에서 김 대표의 연락을 받고 있는지, 여행사 측이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인지 등을 밝히지 않았다..

아울러 이 사고로 사망한 3명의 한국인 중 두루투어 소속 가이드로 알려진 김진규(35)씨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었다.

숨진 가이드 김씨가 여행사 정직원이었는지 여부와 평소 함께 일하던 사이가 아니었는지를 확인해 달라는 질문에 "모른다.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고서 출입문을 걸어 잠갔다.

이집트 시나이반도 테러사고에 입을 다물고 있는 두루투어는 '크리스천 대표여행사'를 표방하면서 성지답사, 선교여행 등을 주력으로 일반 해외여행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여행상품 중 사고가 발생한 이집트 타바검문소를 거치는 상품은 모두 5개이며 이중 2개는 사고자들이 출국한 10일부터 일정이 시작됐다.

이중 한 상품은 11박12일 일정으로 타바국경을 통과해 이스라엘로 입국하기로 돼 있다. 이날은 이 상품 여행 5일째로 5개 상품 중 사고 발생 시점과 가장 근접하다.

이 상품은 첫날 인천을 출발해 이집트 룩소, 카이로 등지에서 유적과 신전 등을 둘러본 뒤 타바를 거쳐 이스라엘에서는 성지, 교회 등을 답사하는 일정으로 꾸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2월16일(현지시간) 이집트 시나이반도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테러로 한국인 3명이 숨지고 13명이 부상을 당했다.

숨진 현지 버스 운전기사와 자살테러를 벌인 범인을 포함하면 사망자는 모두 5명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30분쯤 한국에서 온 성지순례단 31명과 가이드 2명, 운전기사 등 34명이 탑승한 버스가 이스라엘 접경지역 타바에서 폭발했다.

성지순례단은 충북 진천 소재 '진천중앙교회' 소속 김동환 목사를 포함한 31명으로 지난 2월10일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시나이반도 중남부에 위치한 그리스 정교회 소속 성 카타리나 수도원을 방문한 뒤 다음 순방지인 이스라엘로 들어가기 위해 타바검문소에서 대기하며 휴식을 취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