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료 채취 결과가 이번 주 내에 나온다는데 결과를 받아보기까진 하루하루가 피를 말리는 기다림과의 전쟁입니다"

음성군에서 오리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A씨의 하소연이다.

농림축산검역검사본부는 그의 농장 오리에서 혈액과 분뇨를 채취해갔고 A씨는 AI (조류독감)감염 여부 분석 결과 발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 농장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것으로 확진된 전북 고창군 농장에서 이달 초 종오리 1만여 마리를 공급받았다.

A씨는 여늬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 일찍 일어나 오리들에게 사료를 주고 있지만 자신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아무것도 모른 채 허겁지겁 사료를 먹는 오리들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시료 분석 결과에 따라 자식같이 기르던 오리들을 살처분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불안감이 엄습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산란율 저하와 사료 섭취율이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고 있어 검사 결과에 대해 희망섞인 전망을 품고 있다.

A씨는 "종오리를 공급받은 고창 오리농장에서 살처분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며 "요즘에는 AI 라는 말만 들어도 화병에 걸릴 지경"이라고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자식이 아니라 짐승일뿐이라고 생각하려고 애쓰고 있다"며 "만약에 잘못돼서 나중에 살처분한다고 하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음성군 공무원들은 이 농장뿐 아니라 지역 오리농장을 대상으로 곳곳에서 방역에 나서고 있다.

오리 1만5000여 마리를 기르는 대소면 한 오리농장을 방문한 10여 명의 직원은 도착하자마자 방역복으로 갈아입었다.

오리농장 안과 밖 곳곳에서 차량 등을 이용해 방역작업을 벌였다.

농가별 예찰 담당자를 지정해 모든 사육농가에 매일 전화 예찰도 진행하고 있다.

음성 지역 4곳의 오리농장은 고창군 오리농장에서 종오리 2만8000마리를 공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 B씨는 "열 사람이 한 몸처럼 단합해 방역에 나서고 있다"며 "AI 청정지역을 유지하도록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고창군 오리농장에서 가장 많은 종오리를 공급받은 진천군은 비상 상황이다.

모두 9곳의 지역 농장에서 8만여 마리의 종오리를 공급받았다.

고창에서 5000여 마리의 종오리를 공급받은 진천군 한 오리농장 입구에는 빨간색 '출입금지' 푯말이 내걸린 채 인적이 끊겨 썰렁한 모습이다.

간혹 방역에 나선 농장주와 가축위생방역본부에서 파견 나온 방역사의 예찰 모습만 눈에 띄었다.

밖에서 들여다본 농장은 모이를 달라고 꿱꿱 거리며 떼쓰는 오리로 가득했다.

이곳은 감염 여부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오리 반·출입을 금지하고 차량 통행도 제한하고 있다.

농장주 C씨는 취재요청에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외부인을 만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충북도는 긴급 소독약과 방역장비, AI 면역증강제 등을 공급하기 위해 방역사업예산 16억원을 집행하기로 했다.

도내에는 소규모 가금농장 등 총 5200여 농가와 닭과 오리 도축장 7곳이 있다.

이 중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전북 고창군의 한 농장에서 종오리 수만 마리가 도내 16개 농장으로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