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지역 보훈단체의 항의 속에 18회 홍명희문학제가 11월2일 벽초 홍명희(1888~1968)의 고향인 괴산에서 열렸다.

괴산에서 일곱 번째로 열린 홍명희문학제는 행사장인 괴산군민회관 앞에서 괴산지역 보훈단체 회원들의 항의 집회 속에서 진행했다.

보훈단체 회원 50여명은 '홍명희는 북한 김일성에 충성한 6·25 전범자다'라는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나와 홍명희문학제 개최를 규탄했다.

민병문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충북지부 괴산군지회장은 "북한이 6·25전쟁을 일으켰을 때 홍명희는 북한에서 부수상에 있었던 전범"이라며 "오늘 행사는 촉박하게 치르지만 내년부터는 괴산에서 절대 개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2000년 10월 괴산읍 제월리에 벽초 홍명희 문학비 2차 건립을 중재했던 나용찬(당시 괴산경찰서 정보과장) 중원대 겸임교수는 이날도 행사 주최 단체와 보훈단체 양측의 만남을 중재했다.

장문석 한국작가회의 충북지회장은 보훈단체 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6·25전쟁으로 상처를 입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등에 합의한 어제 약속은 지키겠다"며 문학제 개최에 양해를 구했다.

행사 주최 측과 보훈단체는 11월1일 만나 세 가지를 이행하는 조건으로 이날 문학제 개최에 합의했다.

양측은 ▲홍명희가 북한의 부수상으로 6·25전쟁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문학제에서 공표 ▲6·25전쟁 전사자에 대한 의례 문학제에 포함 ▲이후 홍명희문학제를 괴산에서 개최하지 않는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행사장 주변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인력을 투입했으나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홍명희문학제는 개회식에서 처음으로 호국영령에 대해 묵념을 했고 전날 보훈단체와 약속한 합의 내용을 참석자에게 전달했다.

장문석 충북작가회장은 인사말에서 "홍명희문학제는 북한체제를 옹호하거나 홍명희를 우상화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민족의 화합과 통일을 기원하는 통일 문학제를 지향하는 데 작은 주춧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풍산 홍씨 호남종친회 회원 40여명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홍관희 풍산 홍씨 호남종친회장은 "'임꺽정'의 문학적 가치와 벽초 선생의 항일운동, 북한에서 고위직을 지내고 6·25전쟁 때 정치 활동한 것을 제대로 평가해야 할 것"이라며 "언젠가 통일이 오고 벽초 선생의 문학적 가치와 사회 활동을 재평가하는 기회가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충북지회(충북민예총), 충북작가회의, ㈜사계절출판사 공동 주최한 홍명희문학제는 개회식에 이어 괴산읍 제월리 홍명희 문학비와 고가, 동부리 생가(홍범식 고택)을 답사한 뒤 홍순민 명지대 교수의 학술 강연(‘임꺽정의 서울, 벽초의 서울’)과 '임꺽정' 낭독 음악회가 열렸다.

음악회에서는 판화가 이철수씨와 동화작가 황선미씨의 소설 낭독, '임꺽정' 함께 읽기에 참가한 학생 2명의 감상문 낭독, 가수 탁영주씨의 시 노래, 서화석(소리)·김우경(고수)씨의 창작 판소리 '칠두령가'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행사는 이시종 충북지사가 축전을 보내왔을 뿐 외부인사는 참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