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만나는 것은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한번 사랑에 한 생애가 저무는 거라"는 어느 구절은 사랑이 왜 아름다운지를 함축한 말이 아닐까?

우리는 아름다움에 정신을 빼앗겨 본 경험이 있으리라.우 리가 만날수 있는 많은 아름다움중에서 꼭 빼놓아서는 안 될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사람이다.

아름다운 사람은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고, 나아가 미래도 물론 있을 것이다.

여기 과거의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 보면서,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되돌아보고 가늠해보는 것도 좋겠다.

“晨昏念切棄官歸 아침 저녁 부모 생각 간절하여 벼슬 버리고 돌아가

色養平生志莫違 부드러운 안색으로 평생을 봉양하면서 뜻을 어기지 않았네

爲母居廬仍省父 어머니를 위하여 여묘를 살면서 또 아버지를 살피는데

朝脯尊罷拜庭闈 아침에 아버지 봉양하고 어머니묘에 제사하고 사당에 절하네~“

중략

위 시는 백원서원에 배향된 모암 김덕숭이 죽자 당시 왕인 세종대왕이 김덕숭의 효를 기리며 친히 내린 어제시(御製詩)이다.

평생 부모를 사모하는 것, 평생 부모를 그리워 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보통 말하는 효(孝)의 기본 개념일텐데,

현대인들은 효(孝)를 고리타분하고 불편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효가 좋은 것이고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막상 현재의 생활에는 잘 들어 맞지 않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 시대에 효는 유효기간이 지난 말장난에 불과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앞에서 말한것처럼 "그리워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어떨까?

여기 우리보다 앞서 산 사람들의 생각을 들여다 보자.

어버이를 따름에 도리가 있으니,자기를 돌이켜 보아 성실하지 못하면 부모를 따르지 못한 것이다. -<中庸>

지금의 효는 물질적으로 잘 봉양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개와 말에게도 모두 길러줌이 있으니,공경하지 않으면 무엇으로 구별하겠는가? -<論語. 爲政 편>

김덕숭의 효자문은 이월면 사곡리 산 50번지에 있다.이 효자문은 조선 인조(仁祖)11년에 1633년에 세워졌다.효자문이 위치한 사지 마을은 상산(常山)이 포근히 감싸고 있다.

효자비와 정려기 그리고 중국의 황제가 내렸다는 기와 한 장은 몇백년 의 바람속에서 많이 늙었다.

사지마을 나와 옥녀봉을 지나 이월면 노원리에 서원마을 백원서원 옛터 이르면 모암과 함께 백원서원에 모셨던 사현(四賢)의 위패를 모신 위패총과 1987년에 이 지역 유림들이 세운 사적비가 외롭게 서 있다.

백원정은 현재 백곡저수지 제방 아래의 산자락에 있다.조선 선조때 백원서원을 설립하신 평산 신잡(申磼)선생이 김덕숭의 삶을 기리는 뜻에서 백원정이라 지었다.이 처럼 진천 전지역에 산재된 모암 김덕숭선생의 삶의 은은한 향기를 맡으며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효는 유가(儒家) 사상의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실천 덕목 가운데 하나이다.

어버이를 섬길때에는 정성을 다해야 하는데 그것은 자신을 돌이켜보아서 성실하지 못했다면 진정 어버이를 섬겼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효는 어버이를 물질로 봉양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으며,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성을 다해 마음으로 공경하는 것인데,그 것을 판단하는 기준이 다른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다.

모암(慕庵)은 김덕숭의 호(號)다. 그의 마음과 삶을 가장 잘 집약하여 명쾌하게 표현한 모암(慕庵),그리움의 집이라 풀어도 좋겠다.

모암 김덕숭은 죽었다. 그리고 우리는 왜 600년이 지난 오늘날에 그 사람의 삶의 흔적을 찾고자 하는가?

아마도 지금 우리는 좀 더 인간답게 잘 살고 싶어서일 것이다. 아니면 우리보다 잘 살다 간 사람을 떠 올리면서 티끌만큼의 위안을 얻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던 죽은 김덕숭은 아직 우리에게 살아있다.

김덕숭이 죽은 후 가장 먼저 그 를 기린 것은 우리지역 사람들과 조선 왕조였다. 그가 죽은 후에 진천 판사 송기(宋箕)를 비롯한 95명이 연명하여 조정에 보고하여,조정에서는 세종대왕이 특별히 그 효를 칭송하는 시를 지어 보내 묘비를 세워 정려를 표하게 하고 김덕숭의 효를 <삼강행실도>에 싣게 했고, 이를 명나라에 알리니 명나라 황제가 "천하의 대효"라고 극찬하였다.

조선시대 제일의 효자가 바로 김덕숭이니 어찌 우리 고장 생거진천이 충효의 고장이라 아니 말할수 있겠는가? 온전히 사라지는 것이 죽은 자의 몫이라면 김덕숭은 단지,그에 충실하고 싶었을뿐 이었겠지만,비를 세우고 정려를 표하는 것은 살아 남은 자들의 몫이니 그 것은 그 것대로 의미를 둘 뿐이다.

우리나라 어느 곳이 효자,효부,효녀 없는 고장일까?

즉,효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것이다. 시대를 초월한 부모에 대한 자식의 천성이 바로 효일 것이다. 김덕숭의 효가 기릴 만한 것이라면 ,그것은 전설과 같은 신비하고 특별한 내용이 아니라 일상에서의 몸과 마음 씀씀이의 모습이다.

우리가 김덕숭처럼 삼 년 동안 여묘를 살 수 없다.그러나 어렸을 적 내 부모 내 형제를 공경하고 아꼈던 것처럼 그 마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수는 있다.

지금 이 순간 분명 우리 가까운 곳에 이런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바로 이 시대의 그리움의 집, 21세기의 모암(慕庵)이다.

어쩌면 당신과 나인지도 모르겠다.孝以百行之原(효이백행지원)에서 유래된< 백원서원복원 범군민 운동>이 조용히 전개되고 있다.백원서원은 바로 모암의 집이다.

1597년에 설립되어 삼백년동안 우리고장 효행과 학문의 산실,본향의 역할을 다해 오던중 1871년 대원군에 의해 훼철된지 150년만의 복원운동이다.

우리 함께 그리움이 빚은 아름다운 마음으로 모암의 집을 반듯하게 살려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