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광복에 대한 열망과 남편을 향한 충절을 숭고한 희생으로 맞바꾸며 많은 이의 심금을 울린 비운의 독립운동가 '임수명(任壽命·1894~1924)'.

고인은 진천 출신의 남편을 만나기 전까진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평범한 간호원이었다.

남편을 만나면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 임수명.

고인의 남편은 남만주를 호령했던 김경천(본명 김경서), 지청천(본명 지석규)과 '군인계 삼천(三天)'으로 불리며 독립군을 이끈 신팔균(申八均-1882~1924) 장군.

마지막 순간 일제 사주를 받은 만주의 마적단과 전투를 벌인 신 장군은 "일제와 싸우다 죽지 못하고 무관한 중국 사람과 싸우다 죽는구나"라고 울분을 토해내며 숨을 거뒀다.

이후 남편의 비보를 들은 임수명은 애통함을 금치 못하고 갓난아기인 딸을 안고 음독 자결했다.

임수명은 1924년 남편과 함께 숨을 거둘 때까지 베이징과 만주를 오가며 비밀문서와 독립운동 서신 전달, 군자금 모금, 독립군 후원 등의 임무를 맡았다.

이러한 항일 운동의 위업을 이뤘음에도 잘 알려지지 않아 더욱 안타까운 비련의 주인공으로 남아 있다.

국가보훈부가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임수명을 선정하면서 잊혀진 그의 애국정신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임수명의 순국 100주년을 기념하고자 (재)충북여성재단(대표이사 유정미)도 거들었다.

지난 8월20일 충북미래여성플라자 충북여성독립운동가 전시실에서 '충북여성독립운동가 임수명을 기억하다'라는 주제로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날 임수명의 삶과 기록을 소개하고 생애를 기리는 무용 공연과 토크콘서트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유족인 손자 신지영(77·충주시) 씨는 "개인의 모든 것을 다 바치셔서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신 조부모님의 애국정신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그 공훈을 간직하면서 국가에 충성할 수 있는 후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부모님의 항일 정신이 지역을 넘어 전역에 널리 알려져 독립운동의 가치가 계승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행사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온 송기섭 진천군수도 "신팔균 장군과 임수명 동지의 삶과 죽음을 알게 되면 누구나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큰 울림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들의 가족사는 우리에게 조국애와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는 역사적 산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산과 목숨까지도 기꺼이 바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이분들은 결코 잊혀서는 안 된다"며 "이분들을 기리기 위해 군에서 오는 11월 연극 공연을 준비하고 있으니, 여러분께서 꼭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임수명의 수훈을 기려 1977년 건국포장, 1990년 애국장을 추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