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의 시골 초등학교가 장학금과 주택 제공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외지 학생을 유치에 나서 분교장 전락 위기를 넘겼다.

괴산 장연초등학교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과 오산, 괴산읍에서 6명의 학생이 전학한 데 이어 이달 하순에도 5명이 더 온다.

이에 따라 전교생 10명(유치원생 4명 별도)에 불과했던 이 학교 재학생은 21명으로 늘어난다.

외지 전학생 덕분에 이 학교는 분교장 격하 위기에서 벗어나 학교를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지키게 됐다.

괴산증평교육지원청은 내년 4월 1일까지 학생이 20명을 넘지 않으면 이 학교를 인접 학교의 분교장으로 개편하겠다고 행정예고한 바 있다.

지금도 전학 문의나 상담이 잇따라 당분간 학생수 증가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 학교가 분교장 격하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노력 덕분이다.

당국의 분교장 개편 방침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지난 8월 '장연초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비대위는 주민 1천477명의 서명을 받은 분교장 개편 반대 의견서를 교육지원청에 제출했다.

장연면 전체 인구(1천860여명)의 80% 가까이가 동참한 것이다.

비대위는 의견서에서 "지역사회 전체가 똘똘뭉쳐 초등학교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방과 후 돌봄 등 지역 공동체의 중심이자 문화 공유공간인 장연초를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연면에는 장연초가 유일한 학교다. 장연중학교가 있었으나 2013년 오성중학교로 통폐합됐다.

분교장이 되면 장연초는 교장과 교감이 없어지고, 교사도 4명에서 2명으로 준다. 행정 직원 3명과 급식 담당자 2명도 정원에서 빠진다.

교육환경은 물론 학교급식의 질이 떨어지고, 지역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잃게 되는 것이다.

주민들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파격적인 제안도 내놨다.

전학 오는 학생에게 2년간 매년 100만원씩 장학금을 주기로 한 것이다.

동문회는 아토피 교실 구축비로 500만원을 내놨다.

전학생 가정에는 펜션·황토방을 한 달 10만원가량의 저렴한 임대료를 받고 제공하거나 빈집을 무상 제공하고, 전교생에게 매달 3만원의 장학금과 졸업 장학금 50만원도 지급한다.

기숙형 오성중학교에 입학하는 학생에게는 괴산군에서 50만원의 장학금을 추가 지급한다.

주민들은 풍광이 빼어난 자연을 벗 삼아 뛰놀 수 있어 학생들의 정서순화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적극적으로 알렸다.

이런 노력 덕분에 하나 둘 전학생이 늘기 시작했고,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사라지던 교정에도 다시 활력이 넘치고 있다.

비룻한 사례는 괴산 백봉초등학교에서도 있었다.

2017년 전교생이 17명으로 줄어 폐교위기에 몰리자 주민들은 '창조적 마을 바꾸기 사업비'로 확보한 7억5천만원으로 연립주택을 건립, 전학생 가정에 제공하면서 지난해 학생수를 26명으로 불렸다.

김영삼(46) 장연초 교감 권한대행은 "학교와 주민들이 한마음이 돼 노력한 것이 결실을 거두고 있다"며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을 알차게 운영하고 학생 수가 적은 농촌 학교의 장점을 살려 더 많은 학생이 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