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역사소설 '임꺽정'의 작가인 벽초 홍명희(1888~1968)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홍명희문학제가 올해로 20회째를 맞는다.
 

그러나 문학제를 개최한다는 점만 확정됐을 뿐 어디에서 열릴 지는 미정이다.
 

대부분의 문학제가 작가의 고향에서 열리지만 그의 고향 충북 괴산에선 보훈단체들이 개최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지난 19년동안 홍명희문학제는 몇 차례를 제외하곤 청주, 서울, 파주 등 외지를 떠돌며 열렸다.
문학적 성취에 비해 홍명희가 지역에서 홀대받은 가장 큰 이유는 월북작가라는 점이다. 또한 보훈단체들은 북한에서 부주석을 지낸 그의 전력을 문제 삼고 있다.
 

홍명희는 1888년 괴산에서 한일합방 때 자결한 순국열사 홍범식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죽을지언정 친일을 하지 말고 잃어진 나라를 기어이 되찾으라”는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 3·1만세운동을 주도했다.
 

충북 독립만세운동의 시발점이었던 옛 괴산장터(홍명희 선생 생가 근처)에는 1985년 만세운동 유적비가 세워졌다. 일제강점기 최대의 민족운동 단체인 신간회의 지도자로 활동하다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최남선, 이광수과 함께 ‘조선의 3대 천재’라 불린 그는 우리 근대문학의 고전이라 불리는 소설 ‘임꺽정’을 남겼다.
 

임꺽정은 괴산군 자치단체서도 환영받는 캐릭터가 되고 있다.
이미 군은 ‘임꺽정’을 밴치마킹해 고추축제 때 임꺽정 선발대회를 열고, 임꺽정 막걸리, 임꺽정 약주, 임꺽정 만두 등 캐릭터 상품을 개발해 판매중이다. 괴산에는 임꺽정 도로도 있다.
 

최근에는 괴산군이 ‘임꺽정 문학제’ 개최를 위해 충북도에 예산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작가의 문학제는 고향에서 퇴출돼 외지를 전전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문학계의 한 인사는 “(올해 홍명희 문학제는) 20회라는 상징적 의미를 감안해 작가의 고향에서 열리는 게 순리”라며 “문학적 가치를 기리는 순수한 문학행사인 만큼 이념적 잣대로 재단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